선조 이야기-어머니

인류의 역사라는 것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책에서는 45만년전에 인류가 처음 나타났다고 하고, 또 어떤 책에서는 1만년 전을 현생인류의 조상이라고 하기도 한다. 과학적 기술이 언제나 그렇듯, 여러가지 편차가 있고 세분한 분류가 있겠지.

뭐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내 딸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는 우리 선조의 이야기는,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분은 우리 어머니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머니는 아직 멀쩡히 잘 지내고 계신다. ㅋ

어머니는 1951년에 태어나셨다. 한참 전쟁중인 한국에서 경북 청도군에서 태어나셨고, 외할아버지는 전쟁에 참전하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5남매의 첫째였고, 그 중 한 명은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상당히 영리한 편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아직은 내 외증조부께서 살아계셨을 때였고, 영리하기까지 한 첫 아이였기 때문에 그 심한 남존여비의 경상북도에서도 온갖 사랑을 다 받고 자라셨다고 했다.

어머니가 기억하시길, 워낙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외증조주와 항상 겸상을 했다고 했고 잘때도 외증조부가 꼭 옆에 안고 주무셨다고 했다. 그렇게 똑똑하고 귀여움 많은 어머니는 쑥쑥 자랐고 나의 큰외삼촌이 태어났을때 대략 다섯살이 되었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골은 항상 일손이 모자라는 곳이었고, 당시 어머니의 부모는 모두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다섯살 짜리가 갖 태어난 아이를 업고 다녔다고 했다. 맨날 동생을 엎고 촌을 돌아다니다 동생이 배고파서 울기 시작하면 어머니가 있는 논까지 데리고 가서 젖을 먹이고 그랬다고 한다. 그러다 초등학교를 가게 되었다고 했다.

초등학교는 집에서 산을 두 개 넘어야 갈 수 있었고, 새벽마다 같은 마을의 또래들이 다섯 여섯 무리를 지어 거의 달리다시피 산을 넘어 학교에 갔다고 했다. 어머니가 당시 기억하는 것 중에 하나는, 당신의 집이 그나마 다른 집보다 잘 살았기 때문에 아버지(나의 외할아버지)가 딸아이에게 일제 크레파스(크레용)를 사주셨고, 덕분에 정말 그림을 못 그렸지만 항상 일등을 했다고 했다.
그렇게 계속 학년이 올랐고, 나의 외할아버지는 딸아이를 어서 졸업시켜 일이나 시킬 생각이셨기 때문에 자꾸 월반을 시키려고 했다고 했다. 외할아버지의 생각과는 다르게 어머니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찌어찌 해서 다른 지역의 중학교를 가게 되었다고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일화.

중학교를 나오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는 제일모직에 취직을 했고, 당시 경리일을 하신것 같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마 총무과에서 일을 하셨던 것 같고 거기서 직원들의 봉급을 계산해서 봉투에 하나하나 넣는 일을 하셨던 것 같다.
그때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머니는 직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들이 새벽같이 나간 기숙사에서 늦으막히 출근을 할 수 있었고, 돈을 관리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직원식당이든 어디서든지 간에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뭐 대신 월급날이 되면 십원짜리 하나 틀릴까봐 정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하고, 조금만 틀려도 귀신 얼굴을 한 직원이 총무과로 뛰어왔다고 했다.
이 기간동안 어머니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언제나 칭찬 받으며 지내셨다고 하는데, 웃긴 것은 당시에 월급을 받으면 거의 80%를 멋진 옷 사는데 쓰셨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게 된 것도 이 당시로 알고 있다.

아버지는 사실 지역적으로 많이 떨어진 전라도 사람이었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었는데, 어머니의 친척 중에 한 분이 서울대 농대를 가시면서 주위 혼기가 찬 친척여자들에게 펜팔을 권해줬나 보다. 그때 어머니도 펜팔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연애 이야기는 잘은 모르지만, 주로 펜팔로 연애를 했고 어쩌다 기차타고 아버지가 오시면 식사비든 뭐든 어머니가 다 내셨다고 했다. 당시 아버지는 가난한 집의 대학생이었는데다 군대에 있었으니 진짜 돈 한푼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어머니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한 명은 고등학교 선생님이었고 다른 하나가 아버지였다. 어찌어찌해서 어머니는 고민하다 아버지를 선택했고 그렇게 결혼하시게 되었다.

조금 특이한 것은 어머니가 제일모직에 근무할 당시 아버지의 권유로 방송통신대에 입학을 해서 졸업을 하셨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을 나오는게 좋을 것 같다는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서 그랬다나 뭐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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