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딸아이가 안방 침대에서 자버리면서 잘 곳이 없어 밤새 서성였다.
난 잠 잘 곳에 민감한 편이라 침대를 빼앗겨 버리면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소파에서 잤다가 마룻바닥에서 자고 그랬는데,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지 두 가지 꿈을 꾸게 되었다.

첫번째 꿈

그냥 인턴때 친구 꿈이었다. 그 친구가 재산이 한 천 억 이상 가지고 있는 집 외동아들이었는데, 우리 병원에서 나와 같이 비뇨기과 전공의를 했다가 이후에 삼성병원에서 전임의를 하고 나서 행방이 묘연해졌던 친구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수 년 후에 결혼식 초대장이 왔는데 자기보다 한 10살은 어려보이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 지금은 뭐.. 어떻게 지내는 지 잘 모르겠지만 꿈에 그 친구가 나왔다.
어. 이혼을 했는지 바람을 피우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기보다 스무 살은 더 어린 친구와 지내고 있었다. 부럽지도, 놀랍지도 않은 꿈이었고 그냥 그렇게 만났다는 정도의 단순한 꿈이었다.


두번째 꿈

두번째 꿈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넘나드는 꿈이었는데 배경이 미국인 것 같았다.
우리의 주인공 꼬마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남미 출신 어린이었는데 다 낡아빠진 전동 킥보드 같은 것을 타고 다녔다.
어느날은 이 꼬마가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다 잠시 철조망에 묶어두고 걸어서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일을 다 보고 돌아와 보니 전동 킥보드가 사라진 것이었다. 꼬마는 온 동네를 돌아다녔고 간신히 주유소겸 재활용 센터에서 자신의 전동 킥보드를 찾았는데, 거기 주인이 그것은 주운 물건이라고 돌려주지를 않는 것이었다. 결국 소년은 그 가게에서 일을 조금 해주면서 기회를 보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망을 가게 되었는데, 대로변을 달리며 주위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타려는 것도 보였고, 온 힘을 다해 소년을 쫓는 경찰관들도 보였다. 그 장면과 함께 나레이션이 나왔다. "그 누구도 소년에게 전동 킥보드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홈쳐서 달아났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고, 그 누구도 소년이 할 줄 아는 남미어로 이야기를 건내지 않았다"라고. 그리고 화면이 겹치며 성인이 되어버린 소년이 여전히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과, '으아아!'하고 외치는 순간 큰 원숭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으로 꿈이 끝나 버렸다.

뭐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두번째 꿈을 꾸고 나서 기분이 좀 더러워 진 것은 사실이었다. 미국의 빈민가와 아무도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 어른들. 그리고 그렇게 방치되듯이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을 보면서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뭐, 꿈이니까... 근데 꿈 치고는 너무 현실감 있어서 좀 우울했다고 할까?
아무튼 잠도 거의 못 자고 비몽사몽하며 밤을 지새웠더니 별 희안한 꿈을 다 꿔버렸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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