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실패, 그리고 석호성운(M8)

몇 년째 계속 실패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우 긴 글이나 천체사진을 찍는다면 읽어보시길

뭐 “성공”이라는 말의 의미가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말이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벌써 수년째 맘에 드는 사진은 단 한장도 건지지 못했으니까요.

이번에는 촬영기회가 많았습니다.
4월 24일, 4월 25일, 그리고 4월 27일의 3일간 촬영 기회가 있었고, 이 기간동안 사자자리 세쌍둥이 은하(Leo Triplet)와 석호성운(Lagoon nebula, M8), 마카리안 체인(Markarian’s chain), 그리고 독수리 성운(Eagle nebula, M16)을 촬영했답니다.
이 중에 마카리안 체인은 아직 L필터 사진밖에 찍지 못했으니 실패했다고 할 수 없고, 독수리 성운은 프로세싱하지 않았으니 결과물을 알 수는 없지만 실패확률 100% 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요.

아래는 이번에 내가 찍은 석호성운의 사진입니다.


장비
경통: Meade 70/350mm Quad APO refractor
마운트: Celestron AVX
카메라: Meade DSI-IV Monochrome
가이드 스코프: Stellarvue 60mm
가이드 카메라: Starlight Xpress Lodestar X2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 PixInsight

촬영정보
Luminance (1bin) : 40sec. x 30ea.
Red (2bin) : 32sec. x 5ea. 40sec. x 5ea.
Green (2bin) : 40sec. x 5ea.
Blue (2bin) : 18sec. x 5ea.
H-alpha (1bin) : 780sec. x 5ea.
총 촬영시간 : 1시간 35분 50초

대략 다섯번 정도 PixInsight로 프로세싱 방법을 달리해가며 처리를 해봤고, 어떻게 해도 안된다는 것을 판단한 결과물입니다. 오히려… H-alpha필터로만 찍은 사진이 훨씬 깊이가 있고 나은 것 같습니다.


요 3일간 냉각 모노크롬 카메라를 이용해 LRGB-Ha 필터를 돌려가며 촬영을 했답니다. 그리고 히스토그램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됨에 따라 촬영 내내 히스토그램에서 DR (Dynamic Range)를 확인하며 촬영을 했습니다. 혼자 생각으로는 전 보다 나아진 테크닉으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은 형편 없었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의문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 왜 나의 RGB combination 결과물은 항상 황토색이거나 보라색 색조로 나오는 것일까?
  • 왜 PixInsight의 Photometric Color Calibration (PCC) 같은 사기에 가까운 프로세스를 돌려도 이 보라색은 빠지지 않고 그대로인 것일까?

특히 PixInsight의 PCC는 아주 큰 천문대 같은데서 광도계로 측정한 결과물을 이용해, 사용자가 찍은 사진 대상의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해 주기 때문에 이 보라색이 빠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아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PixInsight 홈페이지 사진)


PCC 프로세싱 전
전체적으로 황토색 색조로 보입니다


PCC 프로세싱 후
황토색이 모두 빠져 은하의 원래 색깔이 뚜렷하게 나옵니다

이렇게 치트에 가까운 프로세스임에도 제 사진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를 끝임없이 생각하며 프로세싱 전 과정을 하나하나 확인했고 다음의 결론을 얻게 되었답니다.

“아…
애초에 내가 촬영한 결과물의 Green과 Blue신호가 약한 것이구나. 두 가지 신호가 약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붉은색이나 보라색 색조의 사진이 된 것이고. 이건 Chrominance 처리의 첫 단계인 RGB Combination부터 나타난 것이니 사진촬영 자체의 문제라고 할 밖에.”

결론이 여기까지 오게 되자 전 다시 촬영과정을 되새겨 봤습니다.
촬영과정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노출시간이었습니다. LRGB 촬영을 할 때 노출시간이 필터마다 놀라울 정도로 편차가 심했답니다. 다른 분들 사진의 노출기록을 보면 대부분이 3분이나 5분 노출로 필터마다 노출의 차이 없이 RGB를 균일하게 찍으셨는데, 전 L 7초 R 30초 G 120초 B 10초 이런식으로 필터마다 노출의 편차가 매우 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촬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첫째가 시간을 동일하게 하니 일부 필터에서는 클리핑(Clipping)이 일어나 사진이 하예졌다는 것이었고, 두번째가 히스토그램의 DR을 모두 균일하게 맞추기 위해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 이렇게 비슷한 DR값으로 맞춰가며 찍은 각각의 필터 결과물들을 모두 살펴보니 G 필터와 B 필터에서 성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냈답니다.

다시 구글과 네이버 카페를 뒤졌고 그 결과를 토대로 아래의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확실히 알게 된 사실

  • LRGB의 노출시간은, 가지고 있는 장비마다 편차가 있으며 모든 CCD/CMOS 센서는 파장에 따라 특징적인 QE값(Quantum Efficiency)을 가진다.
    (같은 센서에서도 빛의 색-파장-에 따라 민감도가 다르다는 뜻)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았을 때 L 0.5 : R 1 : G 0.8 : B 1.2정도로 노출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낮에 촬영을 하며 편차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 그냥 R : G : B = 1 : 1 : 1 노출시간으로 촬영하는게 낫다
  • 촬영시 히스토그램도 중요하긴 하지만, Dynamic Range (DR)를 확인하는 것 외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오히려 매 촬영마다 각각 필터의 결과물에 내가 찍으려는 대상이 얼마나 풍부하게 표현되었는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클리핑(Clipping)은 주의해야 한다
  • 짧은 노출로 다수의 촬영을 한다고 해도 흐린 대상이 진해지지 않는다.
    그저 신호대 잡음비를 개선해 노이즈를 제거하기에만 유리하고, 여러장의 촬영을 했다고 해서 프레임에 흐리게 보인 대상의 색이 점점 진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흐리게 나온 결과물은 백 장을 찍어도 선명하게 흐리지 색이 진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 Luminance (L 필터)와 H-alpha 필터의 디테일은 RGB 촬영에서 충분한 색상을 표현해주지 못하면 최종 결과물 (LRGB Combination)에서 그저 “디테일이 살아 있는 하얀 것”이 되어 버린다
  • PixInsight의 PCC나 다른 프로세스들은 정말 훌륭하고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바보같이 찍은 사진을 살려내지는 못한다.

그리고 결론…

  • RGB 촬영시 클리핑(Clipping)에 주의하며 대상이 각각의 필터마다 충분히 표현되도록 노출을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별의 색상이 타버리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PixInsight는 정말 좋은 소프트웨어이지만 그럼에도 너의 촬영실력을 매꿔주진 못한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못 찍은 너를 탓해라.

여기까지 도달하고 나서 카페에 다시 글을 올렸답니다.

지금 LRGB 한다고 안시 관측용 RGB필터를 쓰고 있는데 필터를 바꿔야 할까요?
아무리 봐도 각 필터별 노출차이가 너무 큰 것 같아요;;

네~ 정답은 바꿔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이었습니다. ㅠㅠ
SNS에서 알게 된 취미인 분에게도 여쭤봤는데 아무래도 조정이 덜 된 필터일거라 바꾸는게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100만원 당첨입니다. (주먹울음)


예전에… 필터는 꼭 카메라 구경과 동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이미 모터 작동식 2″ 필터휠을 샀기 때문에 남들보다 크기가 큰 필터를 써야 한답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필터는 위와 같은 Unmounted 2″ LRGB H-alpha필터입니다….
오늘 환율로 1,003,596원이고 여기다 배송비와 관세까지 포함하면 130만원은 될 것 같네요. ㅠㅠ
(필터는 열화가 일어나므로 소모품이라는 사실은 비밀!)
집에 가서 제 필터휠의 직경과 저 필터가 맞는지 캘리퍼로 재어봐야겠어요..

혼잣말

정말..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만 2년차 입니다) 돈도 많이 썼습니다.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카페의 도움도 없이 책만 보고 좌충우돌한 결과이지요.
그래도 요즘은 별 정렬(Star alignment)도 3개에서 4개를 하고 장비 세팅하는 시간도 무척 줄어들었답니다. 그리고 일단 “이걸 찍겠다!” 하면 바로바로 촬영을 할 수도 있고요. 아직 APT도 안되고(Meade ASCOM 디바이스 드라이버 오류) PointCraft기능으로 Plate solving도 못하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돈이 더 필요하다!”라는 거겠지요. 정말 돈도 많이 들고 마음만큼 잘 되지 않는 취미인 것 같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돈이 더 들게 되었다는 사실에 우울하고 슬프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래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위키백과에 올라온 네 개의 천체사진을 구경하고 가세요.

사자자리 세쌍둥이 은하


석호성운


마카리안 체인


독수리 성운
(가운데 길쭉하게 생긴 것이 그 유명한 “창조의 기둥” 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