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면사포 성운 – 중간 결과물

Western Veil nebula, NGC 6960

H alpha 이미지
600sec. 노출 10장
위 사진은 전처리(Pre-processing)만 거친 사진입니다
이후 LRGB 촬영을 추가해야 결과물이 나옵니다
쉽게말해 임시 결과물의 일부입니다 ㅋ

5월 29일과 5월 30일은 반달이 떠 있는 기간입니다. 보통 심우주 천체를 촬영하시는 분들은 그믐때만 가기 때문에 좋은 기간은 아닙니다. 반달과 달이 거의 없을때의 차이가 어느정도냐 하면, 반달만 떠도 한밤중에 그림자가 생깁니다.
달은.. 생각보다 무지 밝거든요. 대부분 도시의 조명 아래에 지내시기 때문에 잘 못 느끼지만 인공조명이 없는 지역에 가면 “달이 이렇게 밝았어?!” 하고 놀란답니다.

으음.. 솔직히 한풀이였습니다. 5월 23/24일이 월래 그믐이었는데, 그때 날씨가 너무 안좋았습니다. 구름이 전 국토를 꽉 매우고 있었고 새벽마다 비가 왔답니다. 28일간 기다렸는데, 다음 28일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 반달이 뜨더라도 일단 나가보다는 생각으로 나왔답니다.

촬영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5월 29일 금요일밤부터 말씀드릴께요.
첫날에는 장비의 설치와 세팅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중간에 빼먹는 것도 없었고 잘 설치를 했지요. 몇 차례 대상을 확인하고 화면의 구도를 확인한 후 H-alpha 프레임을 찍기 시작했고, 10분 노출에는 괜찮았는데 이상한 현상이 13분 노출에 나타났습니다. 서쪽 베일 성운의 경우 시그너스 52번 별(52 Cyg)이 매우 밝은데 그 별 주위로 뿌연 빛의 구름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촬영도중 은하수 촬영자분들의 차가 들어오면서 백마고지에 상당한 안개가 낀 것을 확인했기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아무래도 평소와는 다른, 뼈아픈 무엇인가가 떠올랐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우측 사진에서 가운데 검은 동그라미가 보입니다

느낌이 싸해서 플랫 프레임을 찍어보았고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카메라 센서 윈도우(센서를 덮고 있는 유리면)에 얼음이 언 것 같았습니다. 습도가 92%나 되는 날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느꼈고, 몇 차례 카메라의 냉각을 껐다 켰다하며 해결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결국, 이 날 찍은 모든 사진(제일 첫 노출에도 이미 성애가 생겼더군요)을 모두 버리게 되었습니다.

카메라의 센서면에 동심원의 동그라미가 결로현상입니다

장비를 해체하며 찍은 사진입니다. 센서 윈도우를 잘 보시면 뿌연 동심원이 여러개 생긴것을 알 수 있습니다. CMOS 센서를 영하 20도로 맞추고 촬영하다보니 이 센서 윈도우에 결로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음… 한겨울에는 아예 얼음이 어는데 이번에는 결로현상만 생겼네요.

집에 돌아와 카메라 구입시 받은 흡습제(실리카겔 봉)를 열심히 구워 카메라를 몇 시간 건조시켰습니다.

그리고 5월 30일. 다시 나갔습니다. 낮에 위성사진을 보니 한반도가 깨끗한 상태였고 어제 망친 것이 생각나서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아내님께 허락을 받아 다시 나갔습니다.
촬영지에 도착후 장비를 세팅하며 바로 흡습제를 카메라에 설치했습니다. 이미 내부를 바짝 말린 상태였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습기까지 모조리 제거하려는 심산이었지요.

이런 식으로 끼웁니다
저 금속 봉 안에 실리카겔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이게 웬걸. 장비 시동을 걸고 정렬하고 초점 맞추는 동안에는 몰랐는데 다시 H-alpha로 촬영해 보니 첫 장부터 결로현상으로 인한 왜곡이 보였습니다.
“이럴 수는 없어!” 하며 온도조절을 시도해보았고, 그래도 안되어 조심히 카메라를 분리해 보았습니다.
…또 결로가 생겨 있더군요. ㅠㅠ
그래도 이번에는 전날 두루별님에게 들은 이야기와, 토요일 낮에 다른 SNS 천체사진 찍는 분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나 결로를 닦아낸 후(!!) 가이드 카메라의 열선밴드를 분리해 카메라와 필터휠 사이의 연결부에 우겨넣었습니다. 그리고 약 20분을 기다렸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운데다 열선까지 있으니 센서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영하 20도까지 큰 무리없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촬영을 다시 해보니 결로가 사라졌습니다!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집에 돌아와 확인해 보니 금요일/토요일 이틀간 총 21장을 600초 노출로 촬영했고 그 중 단 열 장만 살아남았습니다. ㅠㅠ
뭐, 그래도 1) 문제점을 찾았고 2) 해결방법을 알아 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그너스 루프(Cygnus Loop)

시그너스 루프
출처 : 위키백과

약 5,000년에서 8,000년전에 태양보다 12~15배 큰 질량을 가진 초신성이 하나 폭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폭발의 잔해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이 시그너스 루프입니다. UV-C와 엑스선으로 촬영하면 전체 형상은 위와 같다고 하며, 저는 이 중에 우측의 NGC 6960 서쪽 면사포 성운의 일부를 촬영한 것입니다.
초점거리 350mm의 제 경통에서는 전체 루프가 다 나올 줄 알았는데 (스텔라리움에서는 된다고 나왔거든요) 실제로는 절반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매우 가까운 거리(2400 광년이?!)에 있었던 별이었는지 엄청나게 큰 천체였습니다.

두루별님을 만나다

사실 금요일 밤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제가 9시 30분 즈음(천문박명 직전)에 백마고지에 도착했는데, 이후 끝임없이 은하수 촬영을 하려는 분들이 오셨습니다. 거의 30분 간격으로 전조등을 환하게 켠 차들이 들어왔고, 사람들이 주차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 들어오는 차들도 쉽게 이동을 못하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그리고 주차장을 환하게 밝히며 들어왔습니다. 쉽게 말해 ‘안 좋은 날’이었답니다. 어차피 저야 반달이 떠 있는 기간이니까 H-alpha 촬영만 하겠다고 생각했으니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은하수 촬영을 위해 모이신 DSLR 사용자 분들은 사진을 엄청 날렸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세번째 였나? 차가 한대 들어왔는데 한참 딴 짓을 하다 보니 제 팔뚝보다 큰 하얀 망원경 경통이 보였습니다. 엇! 다카하시 같은데?! 백마고지는 저 이외엔 서울대 천문동호회에서 오시는 분들하고 돕소니안으로 안시관측 하는 분 밖에 천체관측 하시는 분들이 오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 두루별님일지 모르겠다!’ 하고 생각했지요. 블로그에서 엄청 자주 보던 다카하시 굴절 경통이었고 두루별님이 전에 오셨던 적도 있었던 터라 매번 촬영지를 갈 때마다 ‘혹시 만나뵐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 성격이 성격인지라… 촬영 걸어놓고 잠시 두루별님 망원경 근처에 갔다가 혼자 쭈삣쭈삣 거린 후 그냥 화장실 다녀왔습니다. ㅡㅡ;;; 어두워서 잘은 안 보이지만 뭔가를 하시는 것도 같아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냥 부끄러워서요. ㅋ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있었나? 두루별 님이 먼저 말을 걸어 주셨습니다. ^^:

음… 저에게는 매우 고마운 분입니다. 제가 천체사진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도움을 주셨거든요. 정말 우연히 제 블로그에 들어오셔서 글을 남겨 주셨다고 했는데, 당시 저는 “아… 난 안되나 보다. 엄청난 지출을 한 취미지만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 ㅠㅠ” 하며 좌절하고 있었답니다. 천체관측/천체사진 동호회에도 들어가 있었지만 완전히 잘못 들어가서 처음 들어간 곳은 이미 괴멸 상태였고, 다음에 들어간 곳은 1인 동호회였습니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다 그만두기 전에 댓글 남겨주신 분에게 메일이라도 보내보고 도움을 받아보자. 그래도 안되면 그만해야지 하며 이것저것 질문을 드린게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고, 남겨주신 댓글을 보며 도움을 받았고 그 덕분에 아직까지 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지요. ^^
두루별 님은 별 일 아니라고 하셨지만 아마 그때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장비비 수백만원 날리고 천장만 보고 있었을 겁니다.

음… 말로만 듣던 ASIair라는 장비도 처음 보았답니다. 손바닥 절반만한 장비인데, 경통에 부착한 후 Wifi로 스마트기기와 연결하면 망원경 작동과 촬영을 한방에 끝낼 수 있더군요. 그리고 ‘무게추가 필요없다’는 적도의도 구경하구요. ㅎㅎ

제가.. 촬영이 꼬여버려 일찍 철수를 했지만 다음에도 또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리고 기타… (개선사항)

우선, APT는 못 쓰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둘째날 밤에 시간이 있어서 APT로 촬영을 시도했는데 우선 플레이트 솔빙에 반드시 필요한 PointCraft기능을 쓰면 이상하게 촬영 데이타가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ASCOM 드라이버 오류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고요, 아무튼 플레이트 솔빙도 제대로 안되고 사진도 잡음만 가득 찍힌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으음… APT가 제대로 안되니 전자식 필터휠(Motorized Filter Wheel)의 구입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어차피 구식 방법으로 촬영해야 하니까요.

두번째는 카메라 센서 윈도우(센서가 노출된 유리 부분)의 문제입니다. SNS의 친구분은 “이 제품도 센서 윈도우에 열선이 포함되어 있는 제품으로 알고 있다. 분명히 열선의 문제이거나 열선을 켜지 않은 것이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Meade DSI-IV의 센서 윈도우에 열선이 있다는 얘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회사 카메라를 두 개 가지고 있는데 (OSC와 Monochrome) 둘 다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1) 열선이 없거나 2) 소프트웨어에서 켜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촬영 소프트웨어를 아무리 뒤져도 센서 윈도우의 열선을 켜는 기능은 없더군요. 결국 “열선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주말이 끝나면 본사에 메일을 보내 센서 윈도우에 열선이 없는 것인지 물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없다고 한다면…. ㅠㅠ 만들어야죠. 납땜 하기 싫어서 다 구석에 짱박아 뒀는데 니크롬 선이랑 테이프 꺼내서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남들처럼 기성 제품(열선밴드와 열선 전원공급기)을 쓰지 않다보니 직접 만들지 않고는 해결방법이 없겠더라구요. 아아.. 하기 싫어라.

이제 다음 월령 초일(6월 20일)에 나가 LRGB의 추가촬영을 할 생각입니다. Baader 필터를 쓰는 첫번째 촬영이고 여전히 노출시간 문제가 불안해서 걱정이 많지만 그래도 색을 입혀야지요.

잘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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