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관측 취미인들은 날씨가 나쁘면 지름신이 온다고 합니다
지난 6월 12~14일까지 날씨가 매우 안좋았습니다.
한반도보다 큰 구름이 하늘을 덮고 비가 내리고 그랬지요. 금요일 출근하며 모든 장비를 다 준비해서 기다렸지만 결국 별은 보러 가지 못했습니다.
심심해서 천체관측 동호회 네이버 카페를 들어가보니 사방에서 “심심하니 지르자”고 하고 있더군요. 네… 할 게 없으면 장비 점검이나 하게 되는데 장비점검을 하면 꼭 아쉬운 부분이 생기니까요. ㅋ
뭐 저도 날씨때문에 촬영은 포기하고 집에서 장비 점검이나 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에 EFW (전동 필터휠)가 도착해서 그것의 준비도 했습니다.
영국회사인 Starlight Xpress제품입니다. 대부분의 모노크롬 카메라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자기네 제품과 딱 맞는 필터휠이나 전동 필터휠을 같이 판매하고 있는데 Meade의 경우에는 카메라 전문 회사가 아니다 보니 그런 것도 없더군요. ㅡㅡ;
결국 고민하다 가장 호환성이 좋은 Starlight Xpress제품으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경통과 카메라, 그리고 필터휠만 펴놓고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봤는데요, 쉽게 작동할 줄 알았던 필터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생을 좀 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카메라에 내장되어 있는 USB 허브의 문제였습니다.
Meade DSI-IV는 카메라 본체에 4 포트 USB 허브를 내장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USB 2.0이고 원래는 여기에 연결하면 문제없이 작동해야 하는데 필터휠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고 알게 된 사실은, 역시나 전력문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전동 필터휠은 USB로 전력을 공급받아 모터를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사람들은 모터라는 것을 우습게 보는데… 모터는 작동하려는 시점에 순간적으로 높은 전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카메라 내장형 USB 허브는 그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게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좀 웃기는 것은… 천체사진용 카메라는 높은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따로 12V 전원을 연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SB에는 충분한 전력을 제공 못한다는게 좀…;
아무튼 Maxim DL에서 성공적인 카메라 작동과 필터휠 구동, 그리고 가이드 카메라의 기능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USB 추가허브와 220V -> 5V 어뎁터가 장비에 추가되었지만 말이죠.. ㅡㅡ; 정말 인버터와 이별하기는 어려운 것 같네요.
풀프레임(Full frame) 카메라와 지름신
다른 이유때문은 아니고, 제 카메라(Meade DSI-IV) 때문에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남들은 ASCOM 드라이버로 연결만 하면 어떤 촬영지원 프로그램을 쓰든 척척 작동하는데, 제 카메라는 ASCOM 드라이버 때문에 그런 경험을 전혀 할 수 없었거든요. APT도 그렇고 Maxim DL도 그렇고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나마 Maxim DL은 Meade에 문의하고 새로운 ASCOM 드라이버를 받을 수 있어서 작동하게 된 것이구요.
남들은 Fast 모드와 Normal 모드인데 여기는 걍 디폴트(Default) ㅡㅡ;
이런 고생을 하다보니 제 카메라가 싫어지더군요. ㅠㅠ 그래서 주말 내내 지름신의 축복을 받아 이런 카메라 저런 카메라를 뒤적뒤적 했습니다. 냉각 CCD/CMOS 카메라를 뒤지다 보니 결국 ZWO ASI 6200MM으로 귀결되더군요. “으으.. 중국제 싫은데” 하면서 더 검색을 해봤지만 결국 이 제품밖에 없었습니다. 1) 최근에 나왔고 2) 풀 프레임이고 3) 가성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으니까요. 마음 같아선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는 Starlight Xpress제품을 사고 싶었지만 가장 최근에 나온 모노크롬 냉각 CCD카메라도 5~6년전에 나온 제품이더군요. 결국 ZWO제품이 제일 나은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실제 성능은 QHYCCD가 더 낫다고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사후서비스 지원이 개판이라는 소문을 들어서 아웃!).
물론, 살 능력도 되지 않고 살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알아본 것이지요. 그러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풀 프레임 센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천체사진에서 풀 프레임 센서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 인것 같았습니다. 첫째는 제가 쓰고 있는 포서드 센서에 비해 보다 넓은 화각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시원시원한 촬영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포서드를 쓸 때보다 확대가 덜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음.. 두번째 문제는 조금 애매하긴 한데, 포서드를 쓸 경우 촬영대상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의 반대적인 의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SNS에서 친하게 지내는 일반사진 전문가분의 의견대로 “센서는 깡패”라고 하니 잠시동안 풀 프레임 카메라가 갖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지르지 못한 것은, 1) 해외 결제는 일시불 밖에 안되고 할부를 하면 이자를 내야 한다는 것 2) Astrobin에서 찾아보니 제 카메라로도 모두 잘만 찍고 있다는 것 정도였지요. ㅎㅎ;
아직도 자꾸 들여다보곤 있는데 한 일주일간 안보려고 합니다. 견물생심이라고 보면 볼 수록 더 사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요. ㅋ
오늘은… 큰 수술이 하나 있습니다. 오후부터 시작인데 대충 5시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젊은 환자라 예쁘게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환자 잘 치료하고 다른 환자들도 잘 해결되어 기쁜 마음으로 이번 주말에 별사진 찍으러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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