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C6960 서쪽 베일 성운

열심히 찍었습니다



총 촬영시간 9시간 40분.
L 90초 110장
R 180초 35장
G 180초 35장
B 180초 35장
H alpha 600초 10장 (R 필터와 통합함)

지금까지 한 대상을 촬영한 것으로는 가장 긴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배웠답니다. “총 노출시간은 깡패다.” Gain이나 Offset값 같은거 다 떠나서 총 노출시간이 길어지니 색도 선명해지고 배경도 깔끔하게 어두워졌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서브 프레임을 여러장 찍는 것은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고 했는데, 이렇게 찍고 나서 보니 총 노출시간이 길어지면 SNR 값이 증가하며 대상도 선명해지는 건가봅니다. 뭐 자세한 사항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5월달에 찍은 H-alpha와 6월달에 찍은 LRGB간의 구도 차이가 심하게 나서 많은 부분을 잘라냈다는 겁니다. 나중에 LRGB만 따로 두고 프로세싱 해봐야겠습니다.

그 동안 많은 것을 알아봤고 많은 공부를 혼자 했지만 아직도 뭐가 좋은 것이고 뭐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안개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지요. 이번 촬영도 주위 분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그저 많이라도 찍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한 것이라 다음번에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열심히는 한 것 같네요. ㅎㅎ;

오늘은 당직이라 할 수가 없지만, 집에 돌아가면 두루별님이 쓰셨다는 StarNet++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저도 별을 한번 지워보려고 합니다. 이 사진, 별을 지우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ㅎ 아, H-alpha는 빼고 LRGB만으로 다시 한번 프로세싱도 해봐야 하네요. 으음.. 할 것이 많습니다.
얼마전 Cloudy Nights라는 포럼에서 ‘천체대상의 프로세싱에서 인위적인 색조절에 대한 윤리적 규칙 같은 것은 없는가’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다른 이유때문이 아니라 심우주 천체를 원래 색깔 그대로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다가 읽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네가 과학적 목적으로 천체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천체사진의 색상이라는 것은 촬영자의 예술활동의 영역이다. 우리가 고흐나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하지는 않잖아. 그것과 같다고 생각해라.

물론 아직도 전 “있는 그대로의 색상을 재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해지긴 했습니다.

두루별님 다시 만남

6월 19일 금요일 밤에 혹시 두루별님이 오실까 싶어서 카페를 통해 쪽지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날밤 진짜로 오셨지요. ㅎㅎㅎ 천체사진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얼굴을 또렷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그날 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두루별님은 어렵고 힘들게 촬영하는 게 싫어서 편한 쪽으로 장비를 갖추셨다고 하지만 워낙 다양한 장비를 써보셨고 많은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제게 필요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특히 은하 촬영에 쓰는 장초점 망원경(반사망원경 계열)의 설치와 관리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라든가 리듀서를 쓰면 백포커스라는 것을 다시 맞추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불필요한 시도를 애초에 포기하게 만들기 충분한 내용이었습니다.
네… 저도 어렵고 복잡하고 힘들게 취미를 즐기는 것은 딱 질색인지라 괜한 짓을 안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만 카메라는 꼭 바꿔야 겠더라구요. ㅋ

아, 카메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 “나와 같은 카메라를 쓰면서 나처럼 제조사에서 나눠준 SkyCapture 촬영 소프트웨어를 쓰는 분들이 있나?” 싶어 Astrobin을 뒤졌습니다. 나름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오늘도 충격적인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사용하는 Meade의 DSI-IV를 사용하는 분들은 많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100% 이 분들은 약 1년 후 다른 카메라를 구입하셨습니다(!!!). Astrobin의 장점이 있다면 촬영한 결과물에 사용한 장비를 같이 기록한다는 것인데, 이걸 검색하면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장비를 썼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역시나 DSI-IV는 소박대기 같은 물건이었나 봅니다. 뭐.. 저도 돈 모아서 카메라 바꿀 생각을 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네요. 그저 다른 분들과 차이가 있다면 평균 1년 사용하고 바꾸던데 전 2년 사용하고 바꾸는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ㅡㅡ;

음.. 두루별님이 몸이 좀 안좋으셔서 오랜 촬영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셔야 관측지에서 자주 뵙고 둘 다 좋아하는 취미를 오래오래 즐길 수 있으니까요.

결국 잔소리를 했습니다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6월 20일에 촬영을 갔을때 이야기입니다.
이날은 그믐이었고 날씨가 좋았으며 토요일 밤이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백마고지에 모였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저처럼 천체망원경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고 DSLR로 은하수를 찍기 위해서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어째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은하수 촬영을 위해 오시는 DSLR 취미인들은 천문박명 전에 오시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자기 시간대에 맞추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밤’이 되면 오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밤새 수많은 차들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뭐 공개된 촬영지에서 한밤중에 차 들어오는 것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거기가 제 땅도 아니고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 날은 좀 당황스러운 일이 많았습니다.

우선 먼저오신 분들이 자리잡고 촬영하다가 전조등을 켜고 들어오는 차를 보면 짜증을 내며 전조등 끄라고 소리지르고 난리였습니다. 뭐 전조등 불빛때문에 촬영이 엉망이 된다는 것은 알지만 계속 전조등을 켜고 운전한 운전자가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조등을 끄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그리고 주차장에는 사방에 사람들이 흩어져 있구요. 어떤 취미라고 하더라도 안전이 제일인데 어떻게 운전해서 들어오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은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요즘 대북 삐라 때문에 백마고지에 경찰분들이 순찰을 하고 정차되어 있는 경찰버스안에서 경찰들이 취침을 합니다. 아무리 젊은 친구들이라고 해도 차에서 자면 힘들겠지요. 그런데 일부 DSLR 취미인 분들이 버스 옆에 돗자리를 깔고앉아 노래를 틀고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하더군요. 마치 ‘나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느낌으로요. 참다참다 너무 심한 것 같아서 경찰버스에 경찰들 자고 있다고 한마디 했습니다.


고통의 기억

이후에도 속상한 일은 계속 되었습니다. 위 사진의 태극기 아래쪽에 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떤 팀은 자동차 실내등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끄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고휘도 LED로 실내등을 바꾼 것 같았는데 남들이 촬영을 하든말든 계속 켜놓고 있더군요.
그리고… 최악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새벽 1시 근처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대충 두 개의 큰 팀과 몇 명의 개인 촬영자분들이 남게 되었는데요, 이 두 팀 분들이 각자 주차장 가운데 쯤에 돗자리를 펴고는 환한 불빛 아래 음식을 꺼내 먹기 시작하더군요. 심지어 한 팀은 캠핑때나 쓸만한 아주 밝은 랜턴을 하얗게 켜고는 식사를 했습니다.

진짜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일단, 백마고지는 6.25때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은 장소입니다. 누가 뭐래도 백마고지는 추모의 장소인데 여기서 먹자판을 벌이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더군요. 물론 사람은 배가 고프면 먹는 거지만 추모지에서 먹자판을 벌이고 맥주를 까는건 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청명한 맥주 캔 따는 소리를 다른 음료수 소리와 헷갈리지는 않는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떠나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대부분 촬영지에서 음식을 먹는 분들은 다른 촬영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기 자동차 근처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이날 분들은 주차장 가운데에 돗자리를 펴고 식사를 하더군요. 그것도 바로 옆에서 개인 촬영자 분들이 촬영을 하고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그분들 촬영 시야 내에서 환한 랜턴을 켜고 말입니다.
진짜 화가 좀 났습니다. 간간히 제 얼굴로 쏘아지는 밝은 불빛도 짜증이 났지만 자기도 은하수 촬영하러 와서는 자기 촬영 끝났다고 다른 사람 촬영에 방해가 되든말든 자기 하고 싶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났답니다.
결국, 그날 두번째로 불 끄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아마… 돌아가면서 자기들끼리 그런 얘기를 했겠죠. “맨날 후보정질이나 하면서 천체사진 찍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모나고 이상하다. 자기가 관측지 주인인 줄 알더라” 하고 말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어른이 되어 예의없이 행동하는 것은 그분들인데요. 아무튼 좀 힘들었습니다. 즐거우려고 간 촬영이었는데 이상한 분들 때문에 완전히 기분을 잡쳐버렸지요. 앞으로 다시 안 만나면 좋겠지만 또 만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마음으로 다른 관측지를 찾을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갈 데도 없고, 제 개인적으로는 ‘백마고지에서 찍은 하늘의 모습’ 같은 것을 만들고 싶으니까요. 아무튼 그랬답니다.

끝으로

이번 촬영을 통해 배운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카메라를 바꾸자 : Meade DSI-IV는 망작이다. 쓰는 사람도 없고 드라이버 문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가장 먼저 바꾸자.
  2. DSI-IV를 쓰는 동안은 가능한한 구도 맞춘다고 임의로 조절하지 말고 핸드 컨트롤러에서 보여주는 방향 그대로 찍자 : 이렇게 안하면 나중에 프로세싱 할 때 잃는 부분이 너무 많다. 마음 완전히 비우고 카메라 돌리기만 하고 상하좌우 이동은 최대한 자제하자.
  3. DSI-IV를 쓰는 동안 Star alignment는 최소 4개를 하자 : 많이 하면 할 수록 가이딩이 안정되더라. 대략 4개의 별을 정렬하니까 PHD2에서 가이딩 편차가 1픽셀 정도로 나타났다.
  4. Maxim DL은 쓰고 싶지만 카메라 바꾸기 전에는 안 산다 : 어차피 못 쓴다. 돈 쓸 필요 없다. 카메라 구입이 먼저다.
  5. 모든 촬영에서 총 노출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 앞으로 어떤 대상을 촬영하든 최소 7시간 이상 노출을 목표로 하자.
  6. 새로운 경통은 10년 후에나 : 통상 7시간 노출을 주려면 적어도 한 대상을 이틀에 걸쳐 촬영해야 한다. 일반인의 1년중 출사가 7회라면 7개의 대상을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2년이 필요하다. 2년에 7개니까 10년이면 35개 대상이다. 이 중에 날려먹는거 날씨로 못 찍는거 생각하면 10년 후에 바꿔도 충분하다.
  7. 좀 더 마음 수양을 하자 : 더욱더 참자. 말하지 말자.

아무쪼록 두루별님을 촬영지에서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One more thing..

그냥.. LRGB만 넣어서 새로 만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별의 크기를 줄여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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