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휠의 저주

 언제나 그렇듯 문제의 시작은 지름질입니다


바더 Oiii 필터. 왜 샀냐고 물으신다면 진심으로 '장마철에 미쳐서' 샀습니다. 
다시 돌아봐도 왜 샀는지 잘 모르겠으니까요. 전 통상 LRGB + H𝛼를 촬영하는데 이 녀석까지 촬영하려면 대상 하나당 촬영시간이 30% 이상 증가하는데 말입니다. 도저히 그렇게 찍을 시간이 안 날것 같은데 정말 왜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협대역 필터니까 샀으면 잘 쓰면 되지 않겠냐고 하시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필터휠은 2인치 5포지션 필터휠이라 넣을 공간이 없습니다. ㅡ,.ㅡ 

그래도... 도로 팔기도 그렇고 어차피 전 주로 성운을 찍으니까 잘 써야하지 않겠니? 하며 모든 필터를 다 들고 다닐 수 있는 필터휠을 생각했습니다. 네. ZWO의 2인치 7포지션 필터휠을 사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샀습니다. 

네. 장마철이라 미쳤으니까요. ㅡㅡ;; 
7개의 2인치 필터를 넣을 수 있는 제품이고 이게 있으면 LRGB + H𝛼 + Oiii를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배송도 빨랐고 ZWO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세없이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ZWO 카메라를 사용하니까 ZWO에서는 카메라와 필터휠을 직결(직접 연결, 나사로 고정) 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가지고 다니는게 너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M54 male 어뎁터도 하나 더 주문해서 구입을 했답니다. 촬영지에서 나사를 살살 돌려 끼우려고요.

ZWO 권장 연결방식



그런데 왠걸;;
나사를 끼우려고 보니 나사구멍의 이격이 맞지가 않았습니다. 아무리 끼워 보려고 노력해도 씨도 안먹히더군요. 심지어 카메라를 연결하는 부분은 나사구멍의 직경이 맞지 않아 아예 나사가 고정이 되질 않았습니다. 


...나사 끼워보겠다고 발버둥치다 제품 받고 30분도 안되어 긁어먹었습니다. ㅠㅠ 

결론은요? 
당연히 못 끼웠지요. 제품 설명서가 없으니 제조사 홈페이지의 연결방법을 자세히 보다가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야... 이놈들, 필터휠은 무조건 카메라와 비축가이드를 직결하도록 해놓았구나"

다른 말로 하면 ZWO에서 권장하는 방식 말고는 그 어떤 방법을 이용한 사용법도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전에 두루별님이 ZWO 제품은 '오직 ZWO 제품끼리만 호환되도록 해놓았다'고 하셨는데 그뿐만 아니라 연결 방식도 강제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필터휠을 사용하려면 제가 ZWO 비축가이드를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한참 욕을 한 후 조용히 다시 포장해 구석에 숨겨놓았습니다. 
그냥... 지금 쓰는 필터휠 쓰려구요. 촬영 나갈때마다 스케쥴 잘 짜서 필터를 바꿔 끼운 후 써야 겠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마음이 충분히 풀리면 ZWO 비축 가이드 사서 써야겠지요. 그런데 비축 가이드를 사면... 지금 제가 쓰는 가이드 카메라를 사용 못하니 또 ZWO 가이드 카메라를 사야하더라구요. 이것 역시 호환성 문제가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실제 이 필터휠을 쓸 시기는 4~5년 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전에 제품이 단종될지 모르니 비축가이드만 따로 구입을 해야겠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요, 천체사진 찍겠다고 결심한 이후 가장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것이 필터휠이었던 것 같습니다. ZWO와 Starlight Xpress필터휠들을 오랜 시간 살펴본 바, 다음의 법칙이 존재하더라구요. 
  1. 촬영 카메라, 가이드 카메라, 필터휠, 비축 가이드는 모두 같은 회사 제품을 써야 추가 지출이 없다
  2. 천체장비에서 호환성 따위는 포기해라. 그런거 거의 없다
결국 천체사진용 장비계열은 같은 회사 라인업으로 싹 다 구입해야 하나봅니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번에 카메라 구입에대해 고민할때 사실 Starlight Xpress제품을 한참 봤는데요, 이 회사에선 오직 CCD카메라만 판매하고 있고 제가 원했던 풀 프레임 제품은 가격이 1,300만원이나 했으니까요. 

Trius SX-56

그 돈을 주고 카메라를 바꿀 용기는... 솔직히 없었습니다. ㅎㅎ; 

아무튼 또 비싼 수업료를 치뤘습니다. 이제 장마도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 지름병도 잦아 들겠지요. 뭐 더 살 것도 없구요. 앞으론 가지고 있는 장비로 최대한 열심히 사진이나 찍겠습니다. 만약 8월달에 날씨가 좋다면 안드로메다 은하나 영혼성운을 찍을 생각입니다. 다만... 얼마전 뉴스를 보니까 폭우로 인해 철원지역에 지뢰가 떠내려 갔다는데 아무 문제가 없길 빌고있을 따름입니다. 


댓글

  1. 저도 카메라 살 때 같이 구매해 놓고 박스채 고이 보관 중입니다 ㅎㅎㅎ
    OAG도 함께 구매했지만, 도저히 부피가 너무 커서 조립할 엄두가 안 나네요 ㅠㅠ
    저는 필터 서랍으로 근근이 살아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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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으으.. 어쩌면 필터서랍이 더 나을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ㅠㅠ
      하아... 전 이러다가 못 쓰는 물건 다 모아서 망원경 하나 만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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