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성운을 칼라로 볼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이것저것

다음은 제가 다니는 카페에 심심해서 올린 글입니다. ㅡ,.ㅡ 


아까 우리 별지기님의 글을 보고 문득 심심해서 찾아봤습니다.
쩝... 날씨가 안좋으니 조금 미쳐있는 것 같습니다. ㅡ,.ㅡ 


별과 사랑에 빠지기 직전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지요. 

우와.. 진짜 예쁘다. 그런데 망원경 사면 저렇게 화려한 천체를 볼 수 있나요??

뭐 대답은 언제나 같지요. "응~ 흑백으로 보여요."
뭐랄까, 그래도 과학적인 카페니까 과학적인 대답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 싶어 정리해봤습니다.
미리 말씀드릴것은, 전 안과 전문의가 아니니 어느정도 가감은 해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1. 빛을 인식하는 우리 안구의 감각세포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간상세포(Rod cell)라고 부르고 다른 하나는 원추세포(Cone cell)라고 합니다. 그냥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간상세포는 모노크롬 카메라 센서이고 원추세포는 OSC 카메라 센서입니다. 진짜 거짓말 안보태고 행동양식이 똑같습니다. 

  • 원추세포 : 칼라의 인식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간상세포에 비해 감도가 떨어지는 세포(기술적 설명은 생략)라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기능이 멈춥니다. 고장나는게 아니라 센서가 빛을 더이상 인식을 못하는 거지요. 대신 큰 장점이 있다면 자체 보호기능이 있어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너무 강해지면 민감도를 떨어뜨려 상당히 강한 빛에서도 색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센서가 포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지요 - HDR 센서인가?!)
  • 간상세포 : 대상의 형태를 담당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원추세포와 같이 대상의 색상을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광자에 대한 민감도가 원추세포에 비해 작게는 100배, 많게는 1000배 정도 됩니다. 말 그대로 광자 하나만 뿅! 하고 들어와도 "앗! 빛이다!" 하고 인식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색상은 인식 못합니다. 그리고 빛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민감도를 떨어뜨리지 못해 아예 작동이 멈춰 버립니다.
    (사진이 포화되어버리면 아예 사진을 버리는 자동기능이 있습니다?!)


2. 천체대상의 색상을 맨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밤하늘의 아름다운 대상을 칼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천체대상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빛이 원추세포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최소값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이런저런 문헌을 찾아본 결과 원추세포는 대략 0.002Lux까지 빛의 색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0.002Lux가 어느정도의 빛인가? 아래와 같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달 없이 맑은 밤에 하늘을 보면 뭐랄까... 완전 까만색은 아니고 아주 약간 푸르스름한 느낌이 들지요? 딱 그 정도 입니다. 원추세포가 작동을 하고 있으니 '푸르스름하네..?'하고 느끼는 것이고, 이보다 어두운 빛은 원추세포가 감지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여기까지 생각하면 "앗싸! 밤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보이니 별의 색도 쉽게 구별이 가능하겠구나!?" 하지만... 위의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리우스의 밝기는 0.00001Lux입니다. 젠장!
그래도 인간의 눈은 매우 뛰어난 진화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원추세포가 극단적으로 밀집해 있는 눈의 중심와(fovea) 부분에 빛을 모아주면 시리우스나 그보다 어두운 별도 어느정도 색을 느끼게는 해줍니다. 


3. 아무튼 모르겠고, 그럼 성운이나 은하의 색을 맨눈으로 볼 수 있나요?

시리우스가 겉보기 등급으로 -1.47 ~ -1인데, 가장 크고 가깝고 아름다운 안드로메다가 3.44입니다.
우리 눈의 원추세포가 안드로메다의 빛을 인식해 색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너무나 어두운 빛이지요.. 원추세포가 인식을 할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결국 맨눈으로 안드로메다의 아름다운 색을 볼 수는 없다는 말이 됩니다. ㅠㅠ
그나마 우리의 간상세포가 열심히 작동을 해주니 천체대상의 "형태"는 인식하는 것입니다. 


4. 그나저나.. 이건 다른 얘긴데, 안시관측 할 때 보고 싶은 대상을 직접 보지 말고 약간 옆을 보라고 하는데 왜 그런가요? 

아.. 이건 눈에서 빛을 인식하는 망막부분의 원추세포와 간상세포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사람의 눈은 기본적으로 낮에 잘 작동하도록 진화하였습니다. 낮에 잘 작동하라고 만들어진 눈이다 보니 우리의 눈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때 자동으로 중심와(황반) 부분에 초점이 맞도록 움직입니다. 그럼... 중심와에는 무슨 세포가 있는지 볼까요? 

그래프의 파란 것은 칼라를 담당하는 원추세포이고, 빨간 것은 흑백을 담당하는 간상세포입니다. 그리고 우리 눈이 대상을 볼 때 자동으로 초점이 맞는 부위는 저 중심와 입니다.
네... 중심와에는 간상세포가 거의 없고 온통 원추세포 천지네요. 낮에 잘 작동하라고 만들어진 눈이니까요;;; 

다시 말해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면 어두운 빛에 반응하지 않는 원추세포에 빛이 간다는 말입니다. 결국 대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이 그래프를 보시면 안시 선배님들이 왜 "대상을 정면으로 보지 말고 아주 조금만 사선으로 보렴" 하시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안시관측에 꼭 필요한 간상세포가 중심와에서 20~30도 사이에 잔뜩 모여 있으니까요. 여기다 빛을 쏘아주면 갑자기 대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지요. 


5. 우웅.. 뭐 알겠어요. 그나저나 천체관측 할 때 암적응은 얼마나 해야 하나요? 

원추세포의 암적응은 통상 10분 정도가 걸립니다. 그리고 우리가 학교다닐때 로돕신이 어쩌구저쩌구 배운 간상세포의 암적응은 5~10분이 걸립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20~30분 가량 지나야 우리의 눈이 완전히 어둠에 적응에 최대 감도의 센서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럼... 암적응을 깨뜨리는데에는 얼마나 걸릴까요?
네에... 빛의 밝기에 따라 다르지만요, 통상 밝은 빛 10~20초면 간상세포에서 열심히 암적응에 쓰려고 만든 로돕신을 전부 다 부수는데 충분합니다.
30분 기다려 암적응 했는데 20초 만에 박살난다.... 왜 천체관측인들이 빛에 화를 내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6. 에휴.. 어렵네요. 그나저나 천체관측인들이 빨간등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시관측이든 야간촬영이든... 기본적으로 깜깜한 밤에 우리가 사용하는 눈의 감각세포는 간상세포 입니다. 꼭 필요해서 빛을 사용하는 경우 간상세포의 암적응을 깨뜨리지 않아야 바로 관측이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간상세포는 498nm (Oiii필터보다 조금 우측의 청록색)의 빛에 민감하고 640nm(적색)의 빛에 둔감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간상세포의 로돕신이 그나마 덜 깨지라고 적색등을 쓰는 것입니다.

우웅.. 쓰다보니 엄청 길게 떠들었네요. 

이제 씻고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ㅡㅡ: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