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실험과 이것저것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리고 1월 2일 토요일에 슬그머니 짐을 챙겨 백마고지를 다녀왔답니다. 
가평의 자연과별천문대의 이O희님께서 관측지를 하나 알려 주셨지만 그래도 가던 버릇이 있는지라 백마고지로 갔답니다. (너무나 감사한 분입니다.. ㅠㅠ) 아무리 국방부에서 불을 꺼주기로 했다고 해도, 직접 확인이 필요하니까요. 

도착은 저녁 6시 반 정도에 했습니다. 주차장에 환하게 불이 켜져있더군요. 
아직 시간이 안되었으니 밝은 불빛아래 주섬주섬 장비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7시.
팟! 하는 느낌과 함께 강력한 전조등 세개가 꺼졌습니다! 오예! 국방부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거 참....;;;; 
입구쪽에 가로등이 하나 켜져 있네요. 이건 생각을 못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밝습니다. 하아... 이것도 꺼달라고 하면 좋을텐데 차마 말을 못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ㅠㅠ


그리고 자정을 지나며 달이 뜨니까... 으읏.. ㅠㅠ 
강력한 달빛이 보이시나요? 아무튼 엄청 밝아졌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로등 하나로 인해 백마고지 전적지 주차장은 관측지로서의 기능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저처럼 천체사진이나 찍는 사람은 어떻게든 찍어보겠지만, 안시관측을 하시는 분들은 저 불빛 하나로 암적응이 풀릴거라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은하 사진 찍으러 오시는 DSLR취미인분들도 속상하실 겁니다. 천체장비의 붉은 빛도 싫어하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불을 꺼주지 않았다면 아예 이 관측지는 포기해야 하니 말입니다. 

강력한 무정차 히터의 힘

사실 이날은 엄청나게 추웠습니다. 새벽에 장비 다 챙겨 떠나기전에 보니 영하 16도더군요. 
덜덜덜 떨다 얼어죽기 딱 좋은 기온입니다. ㅡ,.ㅡ 
하지만 제겐! 무정차 히터가 있습지요! 거기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긴 튜브를 이용해 차 안으로 열풍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낑낑거리며 저렇게 설치하고 송풍온도를 최대로 올렸습니다(35℃). 
좀 시끄럽긴 했지만 차 안에 있으니 괜찮더라구요. ㅎㅎ; 
....솔직히 말씀드리면 엄청나게 따뜻해지진 않았지만 촬영이 끝날때까지 차 안의 온도를 영상으로 유지시켜 줬습니다. 원래 밤새 차를 새워놓으면 서리가 내려 창문이 온통 하예지는데 출발할때 보니 모든 창문이 맑고 투명하더라구요. 물론 차 안에서 원격 접속으로 촬영상태를 관찰하던 저도 따뜻하게 있었습니다. 촬영 걸어놓고 할 게 없으니 차 안에서 놀다가 거의 5시간은 잔 것 같습니다. ㅋ 
아무튼 당분간 계속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일산화탄소의 위험이 0인 것은 아니라 이번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두 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을 했습니다. 창문을 좀 열어놓고 쓰긴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니까요. 
두루별님이 나중에 오시게 되면, 같이 쓰려고 T자 커넥터와 긴 튜브를 두 개 더 주문했는데 언제 물건이 도착할지 모르겠네요. 그것까지 오면 두 대의 차 사이에 히터를 놓고 파이프를 길게 뽑아 양쪽으로 난방을 할 수 있을텐데 말이지요. 


멍때리다 잠시 오리온 성운도 차창밖으로 구경했습니다. ㅎㅎ; 

진리는 총 노출시간!

사실 이번 촬영은 실험적인 성격이 좀 강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서브 프레임의 노출시간 계산기에 나오는 값을 최대한 따르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H𝛼촬영을 하는데 서브 프레임의 노출 시간을 60초로 설정했습니다.... 
네... 보통 최소 10분으로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노출시간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대략 38초가 나오더라구요. 물론 완벽하게 따르려면 40초에서 45초 노출을 줘야 했지만, 계산하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60초(1분)로 설정한 후 촬영을 했습니다. 


이게 제 장비로 60초 노출을 준 H𝛼의 서브노출 프레임입니다. 물론 Auto-Stretch를 한 것은 맞습니다. 이날 대략 380장 정도 찍을 수 있었는데, 이것저것 이상한 것 제거하고 난 후, 총 354장을 합쳤습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장미성운 주위의 흐린 가스까지 전부 다 잡혔더라구요. 오히려 너무 많이 잡혀서 조금 과장되어 보일 정도입니다. 

결국 이번 실험적 촬영을 통해 얻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노출시간 계산기는 잘 작동한다
  2. H𝛼라고 쫄지 말고 그냥 계산보다 조금만 더 줘서 촬영하자
  3. 결국 CMOS카메라는 촬영장수로 밀어 붙이면 된다
아시다시피 짧은 노출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가이드 장비의 부담이 줄어들고요, 유성이나 인공위성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구름이 갑자기 나타나도 버리는 프레임이 줄어듭니다. 대신.... 데이타 용량의 부담이 좀 생기긴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합친 후에보면 어디까지 잘라야 할지 조금 애매하기도 합니다 (직접 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아무튼 앞으로는 노출시간 계산기에 최대한 의지해서 촬영을 하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이번주말과 다음주말에 촬영을 나가서 LRGB를 엄청나게 찍고 싶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다음주부터 코로나19 전담팀에 들어가니까요. 
재미있는 실험이었습니다. 

댓글

  1. 장미성운의 디테일이 어마어마합니다~! 총 노출 시간이 진리였군요!
    별자리곰님의 실험을 참고해서 저도 총 노출 시간에 올인하겠습니다~ ^^
    입구의 가로등이 눈에 거슬리지만 여름에 진상 진사들이 좀 줄어들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추운날 나가셨지만 무시동 히터가 대박이네요!
    저는 아직 장거리 운전은 무리라 간단한 운동 처방이 나와서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
    얼른 회복해서 관측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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