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 2022-08-19

오늘도 또 당직입니다

벌써 자정이 넘었네요

방금 충수염 환자 수술을 끝내고 방에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어찌어찌 두명이나 입원을 시켰네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환자가 꾸준히 생기는 것을 보면 코로나19가 아무리 날뛰어도 사람들은 할 일을 하며 지내는 것 같습니다. 

전 뭐... 그냥 그냥 살고 있습니다. 항상 새벽 1시 30분이 되면 자다 깬다는 것, 그리고 새벽 3시가 되면 또 깨는 것이 일상화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루 총 수면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많이 잘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그건 물건너 간 것 같고, 그냥 이렇게라도 잘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함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아예 잠을 못자면 분명히 미쳐버릴 것이니까요. 

요즘 종종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빨리 은퇴를 하여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이나 하며 지낼 수 있을까 입니다. 조금 우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이고, 저 같은 경우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되돌아 보았을 때 앞으로 더 오래 산다고 해서 인류의 발전이나 번영을 위해 무언가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그냥 하나의 개체로서 남은 여생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어제도 아내와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했는데, 어차피 딸아이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아무리 많이 물려주려 노력해도 그게 딸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어마어마한 부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전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저 딸아이가 제 나이가 되었을때 적당히 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생각이지만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에 집을 짓고 넓은 땅에다 태양광 패널이나 실컷 설치한 후 낮에는 발전하고 밤에는 별 사진 찍으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고 말이죠.
지금은 하루종일 병원에서 일을 하다 한시간 반 걸려 간신히 집에 퇴근하면 급하게 밥을 지어 먹고 씻은 후 자는 게 전부니까 말입니다. 심지어 올해는 휴가도 가지 않았네요. 

남들은 의사일 하면 돈도 많이 벌고 즐겁게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요즘 주위에 자꾸 의사들이 일하다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의료계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끝임없이 경쟁에 시달리고 수많은 신기술의 압박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냥그냥 적당히 사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저보다 더 인생경험이 많으신  두루별님과 별 보며 이야기나 나눠봐야 겠습니다. 
사람의 삶이람 참... 

p.s. 
3일전에 아버지 건강검진에서 폐 씨티상 결절이 하나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 자세히 설명은 못하셨지만 대충 들어보니 암인것 같았습니다. 어제 건강검진 받은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으셨다고 하고 다음주에는 큰 병원 진료도 보시고 검사도 받으실 것 같습니다. 암이 아니면 좋겠지만 느낌이 좋지는 않네요. 태어났으면 떠나는 것이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의 섭리라고 하지만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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