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2022-09-21.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

새벽 출근길에 난폭운전을 했습니다

평소보다는 조금 급하게 운전한 것 같아요

짤방 같은 거에요 ㅎ

날씨가 어제보다도 더 썰렁해져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말기암에 걸린 친구의 아버지 이야기를 어제 들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출근하는 내내 마음이 복잡하고 운전에 집중이 잘 안되었습니다. 
운전하는 내내 날씨, 천체망원경, 돈, 친구 아버지, 오늘의 수술 같은 것이 생각나 계속 정신이 딴데 팔린 듯 운전을 한 것 같아요. 

1. 날씨

우선 이번주 금요일, 토요일 날씨가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철원지역 일기예보를 어제보니 밤새 맑음으로 나오더라고요. 거의 반년만에 다시 천체사진을 찍으러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와함께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고 무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불안감도 같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그냥 취미인데,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쉬었더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당장 무얼 찍을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뭐... 오늘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를 스트레스가 느껴졌습니다. 

2. 천체망원경

두루별님께 반사망원경을 하나 인수받기로 했습니다. 반.사.망.원.경!
한 번도 써본적이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지만 미지의 영역에 위치하는 물건입니다. 그걸 받아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이 세계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랄까요? 옆에서 두루별님이 차근차근 설명해 주실 게 당연한데도 괜히 무섭고 어렵고 무조건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응기간에 대한 걱정...요? 아뇨, 솔직히 그건 없습니다. 그건 뭐 새로운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그저 열심히 노력하면 될 일이니까요. 
이상하지요? 시행착오는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망원경을 처음 만나는 것이 두렵다니요. 그런데 그렇습니다. 그냥... 무섭네요. ㅎㅎ 

3. 돈

이번달 말에 종합부동산세가 나왔더군요. 집 한채 있는데 뭐... 내라면 내야죠. 세상에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는데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라고 했잖아요. 다행히도 종합부동산세는 지방세라 서울시 사이트에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더군요. 네... 세금도 무이자 할부로 내려고요. ㅋㅋ 
아무튼 그것이랑 관계 없이 지난번 아내님 생일선물과 단 한번의 착오(낭비를 한 것은 아닙니다)로 예비비가 0원이 되었답니다. 사실 이 예비비는 부모님이나 우리 가족이 갑자기 일이 생기면 쓰거나 망원경 대금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종합부동산세 1기 납부와 아내님 생일선물, 그리고 제가 해당월의 주식 투자한 것을 까먹고 또 투자해버려 제로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ㅠㅠ 
뭐... 결과적으로 뭔가 바보같은 짓을 해서 날려버린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돈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종합부동산세도 무이자 할부로 내는 것이고요... 
그냥.. 솔직히 말하면 망원경 대금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인 것 같습니다. 반사 망원경 대금 + 제가 어리석게 말을 꺼내 두루별님이 중고로 내놓지도 못하게 되어버린 타카하시 망원경 대금까지 큰 돈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걸 제때 준비하지 못할 것 같아 힘든 것 같아요. 
뭐.... 두루별님은 제가 솔직히 이 얘기를 꺼내면 "천천히 주셔도 되요"라고 하시겠지만, 어떻게 물건 받아놓고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 ㅜㅜ 아무튼 돈은... 열심히 마련해 봐야죠. 

4. 친구 아버님의 암

친구 아버님의 임종이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심근경색이 와서 큰 일을 치뤘는데, 얼마전에는 방광암으로 수술받으셨고, 이번에는 췌장암이 발견 되었답니다. 문제는 이번 췌장암은 발견당시 이미 4기 (원격전이)라서 복막이고 간이고 온통 다 퍼졌다고 하더라고요. 딱 한달 전에는 그래도 기운이 좀 있으셨던 것 같은데, 어제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는 혼자 식사도 못하실 정도로 쇠약해지셨더군요. 항암치료도 중단을 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간병인 통해 코로나19도 걸려 버리시고. 
솔직히 말해 2달 정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냉정한 이야기지만 어제 친구에게 "이제 주위를 정리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뭐 친구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퇴원시켜 집에서 모시다 떠나 보내드리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전에 얘기했지만 울 아버지도 이번에 신장암(신세포암) 1기가 나와서 다음달 중순에 진료보고 수술이 잡힐 예정입니다. 아직 우리 차례는 오지 않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의 차례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스운 것은, 바로 얼마전까지도 부모님 질병이나 장례에 대한 예비비 계획을 세우고 있던 제가 2주 전에서야 제 나이를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항상 만 나이로 계산하는 병원의 영향도 있겠지만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었던 것이죠. 마치 천년만년 지금과 같이 살 것 처럼 말이에요.
그냥... 친구도 걱정이 되었고 제 자신도 걱정이 되었고, 뜬금없이 오프라인의 유일한 친구인 두루별님도 걱정이 되었고 그랬습니다. 사람은 태어났기에 죽는 날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떠나 보내는 것은 참 힘든 일이네요. 

5. 오늘 수술

이거야 뭐... 괜찮습니다. 비록 환자분이 먼 이국땅에서 다쳐서 오셨고, 거기서 아무 처치도 해주지 않아 구획증후군(손/발/다리로 가는 혈관이나 신경이 염증으로 인한 압력에 의해 망가져 말단부위가 썩어가는 것)이 와서 절단 가능성이 극히 높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항상 하던 일이니까요. 환자분 본인이야 평생 처음으로 당하는 일이니 무섭고 스트레스 받고 여러가지 마음이 들겠지만 저는 뭐... 단지 어떻게 하면 단 1mm라도 조직을 더 살릴 수 있을까 그것만 고민되는 정도입니다. 


요즘 느끼는 것인데 사실은 조금 외로운 것 같기도합니다

제가 주로 하는 SNS인 트위터 친구들도 많고 직장에서도 친구와 같이 지내는 것 같은 원만한 생활을 하고 있고 가족과도 사이가 좋아져서 편안하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같은 것은 없으니까요. 마음 한구석에는 두루별님이 제일 가까운 곳에 사시고 같은 취미도 공유하고 그러니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개인적인 것은 전혀 모르는 데다 평소에는 어떤 생활을 하시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완전 다른 직군이라서요) 아무때나 카톡을 해본다거나 이런저런 마음속 얘기를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아무래도 전 대인관계가 서툴다 보니 거리감을 조절하는게 어려운가 봅니다. ㅎㅎ 
뭐... 혹시 이번주에 뵙게 된다면, 그리고 이번 가을/겨울/봄까지 자주 뵙게 되면 조금 더 친해지려고 노력해 보려 합니다. 먼저 다가가는 것을 해봐야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