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2-10-11 옛날사람

요즘들어 유독 심하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전 옛날 사람이라는 것 


아니 나이도 어린 녀석이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실제 나이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짓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컴퓨터 파일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고 사는 요즘, 전 아직도 MO 드라이브와 광학드라이브가 컴퓨터에 붙어 있습니다. 물론 저라고 클라우드 저장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블로그에 쓰는 글이나 일기 같은 것들을 여전히 파일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지요.
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소프트웨어의 '저장' 버튼이 왜 디스켓 모양인지 모른다고 하던데, 전 아직도 구닥다리 외부 저장매체를 사용하고 있으니 뭐랄까... "진짜 구식이 따로 없네"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뭐 이렇게 외부 저장매체를 사용하는데에는 '안전한 보관'이라는 개념과 '개인 파일들은 그다지 용량이 크지 않고 자주 꺼낼 필요 없어서'라는 이유가 따라 붙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 옛날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몇 주 전에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들 단톡방에 "ODD 필요한 분 만원에 드릴께요"라고 글을 썼더니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더군요. 심지어 블루레이까지 복사가 되는데 말입니다! 
결국 사용하지 않는 ODD는 전부 정리를 해서 병원의 제 방에 쌓아 놓고 있습니다 ㅋ; 

뭐, 제가 하는 짓이 다소 '의도적으로' 하는 것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 아직도 예전에 CD 굽다가 뻑나는 것도 좋고 덜덜 거리며 돌아가는 MO드라이브의 소리가 좋고 그렇습니다. 뭐랄까. 느리다 보니 오히려 무언가 소중한 것을 저장하고 있구나 하는 묘한 감성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어쩌면 저 역시 제가 가장 젊고 기운이 넘쳤던 20대를 그리워하며 그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그렇듯이 말이죠.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 

20대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즘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매체 같은 것에 큰 흥미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열화되어 사라지길" 바라고 있답니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저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언제가는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심적으로 완전히 받아들인 점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같이 별을 보러 가시는 분의 아버님의 임종이었는지, 아니면 친구 아버님의 임종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평소에도 가지고 있던 생각, "부모님들 다음에는 우리 차례구나"가 전에보다 강해진 탓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저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그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저에게만 소중했던 자료들이 제가 사라진 이후에도 남아 있는 것은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경험 같아서 그렇습니다. 
심하게 말해 제가 죽는 날 제가 모아 놓은 모든 자료도 깔끔하게 사라지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지요? ㅎ 유명한 짤방이 있던데.. 



아무튼 그렇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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