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2-10-14 한국은 점점 IT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되어 가는 것 같네요

얼마전 구글을 대신해 Youtube에서 광고를 했습니다


망 중립성을 유지해 달라는 내용이었지요

<제목과 관계 없습니다>


뭐 아주 예전부터 계속되어오던 문제인데요... 
이번 정권이 되어 "기회는 왔다!"하고 입법로비를 열심히 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망 중립성을 유지해 달라는 유튜브의 광고에 달린 댓글들은.... 개인적인 입장에선 하나같이 처참했습니다. 

"...너희들이 쓰레기 유튜버를 그냥 둔 탓에 누구누구가 자살했다."
"...남의 나라에서 실컷 돈을 벌더니 그 돈도 내기 싫은 거냐?"
"...이번에 뭐뭐가 대통령이 된 것은 전부 너희들이 극우 유튜버들을 그냥 두어서다"

뭐 개인적인 입장에서 뭐든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말한다 생각하지만 망 중립성이라는 개념과는 전혀 관계없는, 그냥 유튜브가 밉다거나 돈 많이 버는 회사가 싫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에게 인터넷은 꿈과 희망의 세계...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구요. 십대에 삑삑거리는 모뎀을 써서 하이텔에 접속하다가, 20대가 되어 TCP/IP 소켓 세팅을하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인터넷에 연결했을때의 놀라움과 기쁨이란...ㅎㅎ 지방의 구석진 자취방에서 모뎀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제게 인터넷 세상의 처음을 보여준 모뎀이 ADSL이 되고, 그게 다시 VDSL이 되었다 지금의 FTTH가 되어 세계 어디든 몇 초안에 접속하여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한 사람의 글에 욕(?!!)을 달 수 있는 세상이 되었네요. ㅎㅎ
아무튼 제게 인터넷은 꿈과 희망, 그리고 기회의 세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IMF의 위기에 처한 한국에 한줄기 빛이 고속 통신망이 아니었나 생각도 합니다. 


망 중립성

흠흠... 헛소리가 길었네요. ㅋ 아무튼 망 중립성이라는 것은 크게 두가지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 단대단 원칙 : 망의 양 끝단에 존재하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망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 커먼 캐리어의 원칙 : 사회 기간시설에 해당하는 것을 서비스하는 독점/과점 사업자는 언제나 합리적인 가격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말은 어려운데 핵심은 "사회 기간시설에 해당하는 망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가격을 후려쳐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망 사용료와 관련된 입법과 통신사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망은 내가 설치한 내 것인데 왜 내가 내 마음대로 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냐?!", "망을 쓰는 사용자 중에 특히 트래픽을 유발하는 녀석들은 우리 망의 유지관리 비용을 증가시키니 종량제의 원칙에 따라 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 입니다. 

이에 대한 일반 사용자들의 입장은, "아니 예전부터 유선망 사용료는 정액제였는데 왜 더 내라고 하냐?"이고 서비스 제공자(사업자)들의 입장은 "까놓고 말해 망만 존재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없으면 누가 망을 사용하겠니. 너희들의 사업이 번창하는 이유는 다 우리가 일반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인데 돈을 내라고?!" 입니다. 

미국의 경우 망중립성이 천명된 이후 비교적 그 원칙이 안정적으로 지켜지다가 2010년을 지나며 점차 망가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아는 한에서 제한적인 망 중립성이 운용되고 있구요.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망 중립성이 깨어진 것이지요. 이에반해 한국은 좀 특수한데, 고속 인터넷망 보급 초창기부터 좀 이상한 방식으로 운용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에 인터넷 망 사업자(ISP)는 일반인들에게 정액 요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사업자들에게도 망의 대역폭에 따라 차등된 정액 요금을 받았고요. 그러다... 국내의 몇몇 IT기업들이 다양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시작하며 인기를 끌게 되자 그들에게 "망 사용료"라는 것을 추가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금은 트래픽에 비례해 점점 오르기 시작한 것 같고요. 

2000년 이후 국내에 다양한 음성, 비디오, 통화 서비스 업체가 존재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업자가 ISP의 무시무시한 "망 사용료"에 적자를 보다 망하거나 ISP에 인수합병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내에는 아프리카TV나 기타 몇 개의 서비스 회사를 제외하고 모두 ISP가 독점적으로 제공하거나 아니면 절멸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빈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 그 유명한 유튜브나 넷플릭스, 틱톡 같은 소위 OTT 회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의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들이 망 사용료가 없었다 하더라도 외국의 거대 IT기업과 싸워 한국시장을 사수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심하게 말해 규모가 어떻게 이기겠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과거 국내에 있었던 다양한 회사들이 망 사용료 하나에 망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적당히 모른채 하는 버릇과 ISP들의 깡패짓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르게 본다면 현재 한국이 유튜브와 미국계 OTT에 완전히 먹혀버린 가장 큰 이유 역시 ISP의 깡패짓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민주당이 '망 사용료' 법안에 찬성쪽으로 입장을 전환한 것 같았습니다. 말로는 "국내 IT회사들의 보호와 ISP의 이익을 위해 망 사용료 법안의 입법은 필요하며 그 피해는 최소화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제가 들었을 때는 그냥 "망 사용료 법안 찬성하겠습니다"로 들렸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 새끼들이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제가 혼자 생각한 내용인데 IT 분야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이 법안은 그다지 이익이 없을 것 같습니다. 
  • 망 사용료가 입법되어 당연청구가 가능해 진다면, ISP들은 국내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더 요금을 뜯어낼 것입니다.
    ISP라는 거대 기간 사업자에 비해 조그만 IT회사들은 피래미 수준도 아닌데, 요금 더 안내면 망 끊어버리겠다 으름장 놓으면 어떻게 버틸까요. 은근히 담합 비슷하게 모든 ISP가 요금을 올리면 정말 방법이 없겠지요. IT회사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없으면 아예 사업 자체를 할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제가 KT나 SK, LG라면 당연히 요금 올립니다. 칼은 제가 쥐고 있는데 뭐하러 깎아 주겠어요. 

  • 한국에 OTT 서비스등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경우 이 법이 통과되면 굳이 국내 IDC에 서비스 서버를 설치할 이유가 사라질 것 같습니다.
    한국에 서버를 옮겨 놓고 스트리밍을 하면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고화질의 데이터를 전송하려면 가까운 거리와 더 넓은 대역폭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국내에 서버를 둘 때 소요되는 비용과 해외에 서버를 둘 때 떨어지는 서비스 질을 비교한 후, 회사에 이득이 되는 쪽으로 선택하겠지요. 보통의 경우 B2B와 B2C를 생각해 보면 B2B는 ISP가 유리한 입장이니 당연히 요금을 올려 받으려 할 것이고, B2C는 OTT가 유리한 입장이니 해외로 나가려 할 것입니다. 
    앗, 생각해보니 한국의 통신망은 해외로 나가는 방법이 딱 두가지 경로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일본 아니면 대만. 그러면 일본이나 대만 IDC에 서버를 갖다 놓으면 돈도 내지 않으면서 어느정도 준수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겠네요. 

  • 본사가 해외에 있으며 국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경우 회사를 잘게 쪼개어 실제 데이터 스트리밍을 하는 회사는 외국에, 요금을 받는 회사는 한국에 두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대행업"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돈 받는 회사와 스트리밍 제공 회사가 꼭 같은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웃겨지는 것이, 아무리 국회에서 망 사용료 법안을 통과시켜도 ISP의 망 사용료는 싹 다 피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 제가 아는 한에서 말씀드리자면 해저 케이블을 운영하는 백본망 사업자들은 일반인들이나 IT회사들과는 다른 정산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데이터를 많이 보낸 쪽이 돈을 받는다" 원칙이라고 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의 AT&T가 한국의 KT에 8엑사바이트의 데이터를 보냈고, KT가 AT&T에 3엑사바이트의 데이터를 보냈으면 데이터를 덜 보낸 KT가 AT&T에게 5엑사바이트만큼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던데 제가 알기로 2000년도 이후로 한국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망 이용료를 해외에 지불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야 당연한 이유인데 유튜브 서버나 틱톡, 그리고 인스타 서버가 전부 외국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국내에 서버를 두면 두는 회사 전부에게 망 사용료를 받겠다? 솔직히 말해 공짜로 IDC쓰라고 해도 모자랄 판국에 어서 나가라고 발버둥 치는 것 같아 당황스럽더군요. 

  • 모 투자회사에 다니는 분에게 들으니 최근 한국의 IDC 착공 붐이 조금 일고 있다고 하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국내에 IDC 건설이 많아지면 에너지 문제는 더 심화되겠지만 그만큼 일자리가 생기는 장점도 있답니다. 그런데 IDC 건설해봐야 살벌한 비용의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과연 한국에 IDC를 건설하는 것이 이득일까?" 하는 고민이 싹틀 것 같네요. 아무리 정부에서 세금 줄여준다고 해도 종.량.제.로 운영되는 망 사용료는 기업입장에서 결코 달갑지 않은 제 2의 세금으로 보일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보자면, 앞으로 통신요금은 오르면 오르지 절대 떨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ISP 입장에선 "기업도 내는 종량제 요금을 왜 너희들은 내지 않냐?!"며 따질 수 있게 되고요, OTT사업자들은 "너희 나라 망 사용료 때문에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겠지요.
    그런데 서비스 서버가 해외로 빠져 나가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응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지금보다 더 낮은 화질의 스트리밍을 보게 되고 더 느린 속도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에대해 사람들이 항의를 하면 ISP는 "너희들이 해외망을 자꾸 쓰니 우리가 적자다. 그런데 백본망 설비는 돈이 엄청 깨지니 너희들이 돈을 더 내야 한다"라고 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돈은 더 내고 서비스는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상이 제가 생각한 시나리오 입니다. 심하게 말해 봉이 김선달(ISP)만 좋아지는 법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한국이 IT로 IMF를 극복한 가장 큰 원인은 수많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 망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택배를 이용하기 때문에 택배 물류가 증가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망 사용료 법안은 이런 당연한 경제적 흐름을 완전히 역행해 나아가는 법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라고 보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소비자의 강한 수요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나타나는 '더 좋은 서비스'는 5G처럼 그냥 돈 더내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요금이 올랐을때 더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바보라고 생각하고요. 
5G만 보세요. 정부에게 정해진 기한내에 반드시 전국 5G망을 깔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그게 되었나요? 오히려 "돈이 없어요!" 하면서 설비는 늘리지 않으면서 기한만 연장해 달라고 징징거리고 있는데요? 오죽하면 사람들이 아이폰 13이나 14사면서 5G 이용안하고 LTE로 사용하는 법을 찾아보겠어요.. 

아무튼 전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강한 반대입장에 서 있습니다. 망의 사용료가 오르게 되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인터넷 이용에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저예산의 스타트업 기업은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장기적으로 한국 IT의 갈라파고스화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요. 

...
적어도 민주당은 이 법안에 강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놈들조차 ISP 손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화가 나 몇 자 적어봤습니다. 

요즘 별을 보러 가지 못해서 그런가... 맨날 거지같은 뉴스를 보다보니 어서 빨리 푸틴이 핵버튼을 눌러서 모두 다 죽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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