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9.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뭐 큰 일은 아닙니다. 2,107,200원. 맥북프로 13”의 가격입니다. 
새벽 3시에 깨서 잠시 고민을 하다 계산기를 두드려 본 후 쿨하게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를 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5시 50분인 지금 씁쓸하게 웃으며 결제 취소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12개월 무이자 할부이니 그냥 결제하고 써도 상관은 없지만 더 이상 빚을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보다 강했습니다. 그래서 정신을 차렸어요. 
사실 지금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거나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이나 할부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이자를 너무나 무서워 하기 때문에 절대 그런 일을 벌이지는 않지만, 무이자 할부 결제도 많아지면 감당이 불감당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취소를 했습니다. 

솔직히 전혀 필요도 없는 것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있으면 분명히 업무가 편해지는 면도 있고 작업을 하기 편리한 면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많은 고민을 한 후,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막상 결제 취소를 실행하니 홀가분한 마음 절반, 아쉬운 마음 절반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홀가분한 마음이 이겼네요. 

쩝…. 그래도 정말 가지고 싶기는 합니다. 노트북을 사서 거기에 LAMP를 설치하고 마리아db와 미디어 위키를 얹어 이런저런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남기고 하는 것이 꿈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참으려고 합니다. 엄혹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참아서 미국 주식이나 한 주 더 살께요. ㅠㅠ



저에게 맞는 컴퓨터는? 

지금까지 항상 하이엔드급 컴퓨터만을 추구했습니다. 딱히 엄청난 사이즈의 컴파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음악작업을 한다거나 대용량의 동영상 편집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앞으로 그럴 것 같다”는 남들이 들으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항상 좋은 컴퓨터를 맞추어 왔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좀 들고 조금 더 컴퓨터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니, 저에게 필요한 컴퓨터는 딱 아이맥 중간정도 사양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로 치면 “대충 게임이 되고 메모리가 충분해서 PixInsight나 포토샵 정도 문제없이 돌릴 수 있는 컴퓨터”이겠네요. 물론 이 정도 사양도 일반인들이 쓰는 것 보다는 매우 높은 사양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워크스테이션에 버금가는 사양은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주위를 정리하기

논어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아침에 도를 깨우친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또 어떤 일본의 말로는 그런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사란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죽어도 아쉬움이 없어야 한다.” 

어느 것이 더 맞는 말이냐고 한다면, 아마 레퍼런스가 정확히 있는 논어의 말이 원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삶을 삶에 있어서 언제나 마음을 비우고 예기치 못한 일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10월 26일에 결석 수술을 하신다고 합니다. 저도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 30대에 한번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을 다녀오신적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고혈압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하지만 비뇨기과 선생이 결석으로 인해 신장기능이 나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합니다. 그래서 신장암 수술보다 이것을 먼저 하고, 그 이후에 컨디션을 본 후 신장암 수술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부모님이라고 해도 제가 수술을 받는 것도 아니고 냉정히 말하면 나와는 다른 개체가 수술을 받는 것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엄청나게 쓰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보다 제가 더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대로일 것 만 같았던 나의 삶이 변하고 있다.” 

지금 느껴지는 느낌을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인간이라면 태어났기에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제 주위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느낌은 최근 제 친구들과 지인들의 부모님 세대가 떠나기 시작하며 강해진 것 같습니다. 아직 제 차례가 되지는 않았지만, 뭐랄까… 이제는 무언가를 자꾸 늘리는 것 보다 슬슬 주위를 정리하는 데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가 되니 의학사에 약간의 흔적이라도 남기는 것 조차 제게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했고 그저 평범한 봉직의(월급쟁이 의사)로서 어떻게든 회사에 오래 남으며 연금이나 생각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제 생각의 변화로 인해 전보다 좀 더 금융투자에 신경을 쓰고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인간의 삶은 긴 것 같으면서도 한순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참으로 우습고 하찮은 어떤 사람의 삶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아쉬움이 없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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